특별한 날
가보고 싶은
일본요리의 명가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까지 밝아지는 1월.
만약 기모노를 맵시 있게 차려입고 외출한다면
역시 전통과 예를 중시하는 일식 요리가 어울리는 법.
아름다운 플레이팅과 그릇을 즐기며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음미하는 진미.
일식의 참다운 맛은 음식을 통해
계절과 시간을 느끼는 것이리라.
특별한 날의 식사야말로 일본의 정취를.
간사이식 일본요리의 진수 고구마 식재료의 감칠맛을 철저하게 살려
진실된 맛으로 실감하는 일식의 멋 일본요리 다케모토 명가에서 익힌 숙련된 솜씨가
카운터라는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다 우부카 갑각류를 듬뿍 사용한 요리에
쌓이는 오너의 애정 이치카와 주택가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에도마에 초밥과 명가에서 익힌 요리
주슈寿修
정통 간사이 갓포 스타일을 고수하는 장인 센자키 마사아키 씨. 오사카에서 들여오는 조미료와 자극적이지 않은 간사이식 육수를 기본으로 하여 완성하는 요리는 순하면서도 확고한 신념이 느껴지는 중후한 맛이 특징이다. 그의 고향인 규슈의 식재료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센자키 씨의 신념이 가득 배인 국물요리. 이날은 대게로 만든 신조(다진 게살에 참마 등을 섞어 찌거나 튀긴 음식)와 쇼고인 무, 미역귀 등을 곱게 간 순무와 함께 만들었다.
이날의 사키즈케는 털게와 성게 도사 초무침. 도기, 자기, 유리 등 요리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하는 그릇들도 즐거운 볼거리이다.
장인의 혼이 깃든 칼. 정성스럽게 갈아 고요히 빛을 발하는 모습은 장인으로서 센자키 씨의 긍지를 상징하는 듯하다.
장인의 솜씨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카운터 자리는 갓포의 특별석. 손님과 장인의 심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것도 간사이 갓포의 매력.
주택가의 아담한 가게에서 만끽하는
간사이식 일본요리의 진수
네즈 미술관 사거리에서 니시아자부 방향으로 5분가량 떨어진 곳. 한적한 주택가 한 편에 다실 풍의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이 바로 일본요리점 [주슈]이다. 이곳의 위치와 분위기에 약간 긴장되기도 하지만 출입문 너머에는 카운터를 중심으로 편안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오너인 센자키 마사아키 씨도 더없이 편안한 자세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요리는 추천코스 단 한 가지뿐이다. 사키즈케(입맛을 돋우는 첫 번째 요리)부터 국물요리, 생선회, 튀김요리, 조림요리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가이세키 코스 요리지만, 얼핏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이는 요리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완급을 조절하는 것도 센자키 씨의 센스가 돋보이는 솜씨. 가라쓰의 자바리와 사가의 소고기 등 그의 고향인 규슈와 수련을 쌓았던 간사이에서 엄선한 재료도 요리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물론 융통성 있게 작업하면서도 간사이 갓포(전통 일식요리)의 정신을 잇는 온화한 맛은 모든 요리에 일관되어있다. 다시마로 낸 육수와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순한 맛의 식초 등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감칠맛이 먹는 내내 즐겁게 해준다.
참고로 가게 이름인 [주슈(寿修)]란 ‘인생의 길고 짧음과 관계없이 날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이라 한 맹자의 명언. 명성이 높아졌다 하여 교만해지지 않고 더욱더 맛 좋은 요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센자키 씨의 자세에 이 말이 녹아 들어있다.
고구마小熊
문의전용번호: 03-5537-7444
- 주소:
- 도쿄도 주오구 긴자 5-5-13 사카구치 빌딩 3층
- 영업:
- 17:30~마지막 주문 21:00
- 휴일:
- 일요일, 공휴일, 첫째 주와 셋째 주, 다섯째 주 토요일
명가인 이유
일본요리의 꽃인 국물요리로 가끔 작은 냄비에 끓인 자라요리 등도 제공하는 [고구마]. 이는 ‘다른 곳들이랑 똑같으면 시시하잖아요.’라고 말하는 오너의 서비스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코스에 반드시 고기요리를 추가하는 등 일반적인 방법도 있지만 창의력이 빛나는 메뉴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설날에는 화려함을 표현한 요리가 등장하는데, ‘바닷가재를 껍질째 조리한 구소쿠니’처럼 충분히 호화로운 일품 요리도 홍백으로 매듭을 지어 장식하는 등 신년을 축하한다.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중요시 하며 조리하는 오너 고이와 히로타카 씨. ‘마지막에 조미료로 간을 해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육수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맛을 완성시키는 것이 저만의 방식이죠’. 그는 신바시의 전통 깊은 교토 요리점과 도쿄의 가이세키 요리점 등에서 오랜 실력을 쌓은 기예의 요리사이다.
“바닷가재를 껍질째로 조리한 구소쿠니”. 술을 넣어 삶아낸 살은 탱탱한 식감을 자랑한다. 구즈안(칡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끓인 요리)의 속재료는 새우의 내장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맛이 뛰어나다.
“시라카와 생선회”. 시라카와는 놀라운 감칠맛을 지니고 있으며 지방질도 최상급. 겹겹이 쌓인 새콤달콤한 류히 다시마와 함께 먹는다.
“고래의 고로(고래 껍질을 튀겨서 기름을 제거하고 말린 것)를 넣어 끓인 맑은 된장국”. 고로는 껍질 부위라서 콜라겐도 풍부하다. 생 것을 2일간 불순물을 제거하고 걸쭉하게 끓여낸다.
인간문화재가 직접 만든 비젠과 가라쓰 도자기, 캄보디아인 작가 임사엠 씨의 난반테(유약을 쓰지 않은 도자기의 일종) 등 하나뿐인 희귀한 그릇들이 가게 내부를 꾸미고 있다.
식재료의 감칠맛을 철저하게 살려
진실된 맛으로 실감하는 일식의 멋
그릇은 인간문화재가 직접 만든 단 하나뿐인 것과 골동품으로서 가치 있는 것들로 다양하다. 식재료도 다른 가게에서는 거의 보기 드문 재료들로 갖춰져 있다. 지난해 6월에 오픈한 [고구마]는 이미 미식가들의 사이에서도 유명한 일본요리점이다. 솜씨를 발휘하는 오너 고이와 히로타카 씨는 말한다. ‘요리는 재료가 전부입니다. 뭐든 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진정성 있게 임해야겠죠.’
특히 숙성은 [고구마]가 자신 있는 분야 중 하나. 어종에 따라 냉장으로 숙성 기간을 계산하여 각각의 감칠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 ‘오늘의 시라카와(흰 옥돔)는 3.8kg의 대물인데, 이걸 19일간 숙성시키고 있습니다.’ 단맛을 지닌 양질의 지방살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이다. 숙성을 시키면서 비로소 생기는 감칠맛도 있다고 한다. 생선뿐 아니라, 고기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놀라운 것은 쌀도 숙성시킨다는 점인데, 씻은 후에 겨울에는 일주일가량 저온에서 숙성시킨다. ‘그러면 밥알이 살아나고 단맛도 늘어납니다.’
어째서 이런 작업이 필요한 걸까? 그저 막연하게 이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고이와 씨는 직접 성과를 어림한 후에 작업에 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재료 본연의 맛을 정성껏 끌어내어 그 자체의 섬세한 감칠맛을 즐기는 일본요리의 매력이다.
‘이번에는 설날에 어울리는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그릇과 장식으로 계절감을 즐기고 음식을 입으로 옮기는 순간, 이 재료를 맛보는 필연성을 깨닫는다. 더불어 일본인이라는 자긍심까지 되살아난다.
일본요리 다케모토日本料理 TAKEMOTO
카운터로 무대를 옮긴 지금도 유명 요정에서 갈고 닦은 다케모토 씨의 솜씨는 건재하다. 물 흐르듯 능수능란한 동작으로 요리를 만들고, 손님들을 챙기면서 때때로 대화의 꽃을 피운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힘이 바로 이 곳이 명가라 불리는 이유이다.
코스의 마무리로는 다키코미밥(고기, 생선, 채소 등을 함께 섞어 지은 밥)이 등장할 때가 많다. 사진에 있는 성게 외에도 굴, 죽순, 송이버섯과 같은 제철 재료로 만들어진다.
대구의 이리와 백합근의 다마지무시. 부드러운 달걀찜 같은 느낌. 질 좋은 육수의 풍미가 전체적인 맛을 잡아주고 있다.
취미삼아 모았다는 주기와 식기. 도기, 자기, 칠기 등 다양하지만 특히 흙의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릇이 많다.
카운터 중심으로 설계된 가게 내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맞춤형 서비스’가 신조인 다케모토 씨의 접객도 즐겁다.
명가에서 익힌 숙련된 솜씨가
카운터라는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명가 [가네타나카]에서 수련을 거듭하고, 무코지마의 요정 [미즈노]에서는 주방장도 지낸 다케모토 겐타로 씨가 독립한 후에 선택한 무대는 카운터이다. ‘손님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면서 단순히 음식 맛에 그치지 않는 만족감을 제공하고 싶다’는 강한 뜻이 자신의 이름을 딴 [일본요리 다케모토]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손님들의 식사 속도에 맞춰 요리를 제공하고, 요리와 잘 어울리는 술과의 조화를 즐기고, 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카운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이 일본의 정취 속에 잔잔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편안한 공간이지만, 요리는 전통을 따르는 정통파. 특히 일본요리의 핵심인 육수는 다케모토 씨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육수의 기본은 최상급 가다랑어와 다시마를 사용하고, 함께 요리하는 재료에 따라 마구로부시, 물치다랑어, 일본주 등을 가미하여 균형을 맞춘다. 절묘하게 간을 맞춘 상태에서 용도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는 육수가 계절별 제철 생선을 비롯한 식재료의 맛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엄선한 제철 식재료와 그 바탕을 뒷받침해주는 육수. 이 훌륭한 조합은 소박한 외형 속에 깊은 맛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명가에서 익힌 솜씨와 최고의 식재료가 만들어 내는 정통 일본요리를 편안한 카운터에서 즐기는 사치가 용납되는 보기 드문 가게이다.
우부카うぶか
추천코스에 반드시 나오는 것은 새우나 게살 회인데, 이날은 “직접 만든 새콤한 폰즈 소스를 곁들인 보리멸새우회”가 제공되었다. 가토 씨가 ‘새우 중에 제일 맛있다’라고 한 지타 반도산 보리멸새우는 감칠맛과 단맛, 식감의 균형이 훌륭하다.
“무당게와 쇼고인 무를 갈아 넣은 국물요리”. 육수에 간 무와 깍둑썰기 한 무를 넣고, 찐 게살을 듬뿍 담아냈다.
식사로 나온 “바다참게와 쇠귀나물 다키코미밥”. 제철 새우나 게에 제철 채소를 넣고 뚝배기에 지어낸다.
재료는 잡은 생선을 직접 받거나 매일 아침 쓰키지 시장에 가서 전국 각지의 제철 새우와 게를 엄선하고 있다.
가토 씨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게는 아닙니다’라며 웃었지만, 지금은 아라키초를 대표하는 인기 음식점 중 하나가 되었다.
갑각류를 듬뿍 사용한 요리에
쌓이는 오너의 애정
갑각류 전문 일본요리점 [우부카]. 이처럼 색다른 가게를 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오너 가토 구니히코 씨가 게를 엄청 좋아하기 때문이다.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게 요리 전문점 [가니도라쿠]에서 시작한 것도 사실 ‘식사로 원하는 만큼 게를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였다. 추천코스의 단골 메뉴인 새우튀김도 매일 같이 꿈에 나왔던 이상적인 맛을 구현한 것이라며 가토 씨는 웃는다.
‘새우튀김은 대부분 새우에서 제일 맛있는 내장 부분을 쓰지 않잖아요? 탱탱한 새우 살과 함께 속에서 내장이 부드럽게 흘러 나오면 더 맛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나 꿈에서는 쉽게 만들어진 이상적인 새우튀김도 막상 만들려니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새우 내장을 아메리칸 소스처럼 만들고, 춘권피에 싸서 튀기는 지금 스타일도 반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렇게 가토 씨를 노력하게 한 것은 언제나 갑각류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이었다.
단지 그 바탕이 되는 것은 ‘얼마나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그 감칠맛을 끌어낼 것인가’라는 일본요리의 본질에 있다. 쓰키지 수산시장에서 아침마다 산지직송으로 들여오는 엄선된 게와 새우를 사용하고, 여기에 교토의 요정에서 익힌 솜씨를 반영시킨다. 이 정도의 애정을 쏟아 붓는다면 새우와 게도 흡족할 것이다.
이치카와いちかわ
- 주소:
- 도쿄도 세타가야구 나카마치 4-27-1 가미노게 리틀타운 102
- 영업:
- 18:00~마지막 주문 20:30
(일요일은 12:00~ /18:00~마지막 주문 20:30) - 휴일:
- 수요일, 그 외 비정기 휴일
명가인 이유
4~5가지의 요리와 함께 약 12점의 초밥을 즐길 수 있는 추천코스. 특히 초밥은 2종류의 오토로, 주토로, 아카미(붉은 살), 절임초밥으로 5~6가지의 참치가 메인이다.
각 요정에서 7년간 갈고 닦은 실력이 돋보이는 일품 요리는 이치카와 씨가 추천하는 여과하지 않은 신선한 생주인 숙성 순쌀 일본주와 함께 맛보는 것도 좋다.
오너 이치카와 씨는 말수가 적지만, 그것도 초밥 장인으로서의 철저한 직업정신 때문이다. 매일 아침 5시에 쓰키지 수산시장에 가서 들여올 식재료를 엄선한다. [이치카와]를 정의하는 일품 요리에도 교토의 전통 깊은 요정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이날 나온 “주토로(참치 중뱃살)”는 아오모리현의 민마야산 참다랑어. 추천코스에는 오토로(참치 대뱃살)와 절임초밥 등 5~6종류의 참치가 등장한다.
고토 열도의 “자바리”는 간장을 살짝 발라 제공한다. 부드러운 자바리의 감칠맛과 아카즈(술찌꺼기로 만든 색이 진한 식초)로 섞은 밥알이 하나가 되어 입 안에 행복을 가져다 준다.
추천코스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참치. 수련 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쓰키지 시장의 중개인에게서 들여온다.
카운터석만 있는 가게 내부. 손님들이 초밥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후반부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 것이 이치카와 씨의 원칙이기도 하다
주택가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에도마에 초밥과 명가에서 익힌 요리
가미노게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인 세타가야의 주택가 한 편. 요가나카마치도리 거리 주변이라고 해도 감이 잘 안 오는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이치카와]가 위치한 곳은 예전에 모 유명 초밥집이 있었던 자리이다. 음식점으로서는 절대 불리한 위치, 더군다나 유명한 가게의 뒤를 잇는 자리라면 절대로 쉬운 일일 수 없다. 그럼에도 오너인 이치카와 가쓰미 씨가 굳이 이곳을 택한 것은 일종의 도전이기도 했다.
‘독립을 생각하고 이곳이 후보지가 됐을 때 스승님께서 “넌 거기서는 성공할 수 없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기술에 대한 운운이 아니라, 심한 낯가림 때문에 손님들과 대화를 별로 나누지 않는 제 성격을 간파하고 계신 거였죠’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이치카와 씨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역에서도 멀고, 가게 홈페이지는 없다, 필요 이상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이치카와 씨는 ‘이곳에서 순수하게 오직 "맛"으로 승부할 수 있으면 어디서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가게는 2012년 개업한 후 일년도 채 되지 않아 미슐랭 1스타를 획득했다. 추천코스에서는 교토의 오랜 전통의 요정에서 7년간 수련한 이치카와 씨의 “요리” 또한 이 가게가 많은 미식가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에도마에(도쿄 지역의 초밥 형태) 기법과 장인의 긍지가 깃든 초밥, 절묘한 타이밍에 제공되는 요정에서 익힌 일품 요리.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실력은 가히 알 만하다.
※기사는 게재 당시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